(사람의 풍경 peopleview) 갤러리시몬은 오는 7월 6일까지 김신일 작가의 개인전 '43200 sec.'를 개최한다. 조각과 설치예술, 미디어아트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철학적 사유와 시각예술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온 김신일은 범주화와 명명행위를 경계하며 우리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작품 활동을 개진해 왔다.
구획된 범주와 경계 아래 개별 사물이 다른 것으로 인식되는 현상적 세계와는 다르게, 김신일이 상상하고 가정하는 '그곳'은 만물 사이의 무한한 움직임과 연결망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바탕이자 명명행위로부터 자유로운 포용적 공(空) 그 자체다.
작가는 인간이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구획된 문자와 형상으로 소통하고 사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현실이 가려버리는 이면과 그로 인한 인간 인식의 오류에 대한 경계를 포기하지 않고자 한다. 그로부터 김신일의 작품은 가시적 형태와 색(色)의 세계 이면에 존재하는 무한한 공간, 다시 말해 시원하게 트인 열린 공간이자 순수한 근원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 활동은 분별지(分別智)라기보다는 통찰지(慧 , 洞察智)이며, 인위적 결과를 지향하는 창조(創造)가 아닌,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순수한 실재를 포착하고자 하는 과정으로서 창발(創發)을 지향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업 활동은 이성의 습관적 범주화와 선입견을 벗어 던지는 예민한 정신활동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전시 제목인 43200초는 하루 24시간 중 인간의 생리작용 시간을 제외하고, 작가가 하루 동안 깨어 있는 12시간을 초로 환산한 것이다. 이는 마치 피스의 개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원본에 더 미세하고 정확하게 가까워지는 퍼즐 그림처럼, 시간과 분 단위보다 더 작은 단위인 초 단위로 12시간을 쪼갬으로써, 순수한 실재 세계인 '그곳'에 무한히 다가가고자 하는 통시적이고 미시적인 시간에 대한 작가의 실천적 포부를 담은 제목인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여러 형상들은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왔던 작업들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쓰레기에서 추출해 무한성을 나타내는 색상들, 의미에서 초월한 공(空)의 형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문자 분리 작업, 현혹적이며 견고한 시각적 분절을 나타내는 '오색'들 사이에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색상들에 대한 작품들을 통해, 구획된 세계에서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마음의 자유와 근원을 다시금 상기시켜 보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김신일 작가(1971)는 서울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한 후 스쿨오브비주얼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서 석사학위를 수여했으며,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08년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에 선정돼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작가는 김종영미술관, 히로시마현대미술관, 퀸즈뮤지엄, 뉴뮤지엄, SCAD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을 거치고 세비야 비엔날레, 싱가폴 비엔날레 등 다수의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또한 뉴욕의 뉴뮤지엄, 퀸즈뮤지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등의 주요기관에 작품들이 소장되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