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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계의 전환 잘 이뤄 행복한 나이 듦으로”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사업본부장

 

첫눈에도 상당히 부드럽고 유연해 보이는 사람이다. ‘동안 외모’ ‘나이를 거스른’ 같은 표현이 매우 구태의연하지만 여전히 찢어진 청바지가 어울리는, 실제 즐겨 입는, 형식이나 권위주의에 얽매이지 않을 것 같은 리더다. 근데 신기한 건 그의 커리어의 대부분은 ‘공무원’과 호흡을 맞춰야하는 지자체나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이었다.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캠퍼스사업본부장. 서울시의 3개 캠퍼스(서부/중부/남부캠퍼스) 관장을 겸하며 이들을 총괄하는 자리다. 캠퍼스 ‘관장’ 직함이 있지만 재단에선 대표이사를 보좌하는 핵심 참모(본부장)다. 이전까지 4년간 여성가족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장(2년은 중앙건강가정지원센터장)으로 재직했던 이력을 고려하면 이례적 행보일 수도 있다.

“지금은 기관의 대표가 아니라 직원인 셈이죠. 사실 이전에 건강가정진흥원장 임기를 마쳤을 때 주변의 관심은 그거였죠, 다음엔 어느 자리, 어느 조직의 장으로 가느냐. 기관장을 했다고 꼭 다음에도 또 기관장을 해야 하고 그런 건 없어요. 그때그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인상만큼이나 마인드도 산뜻해 보인다.

“캠퍼스 주요 타깃은 50~64세...남성들 참여 많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플러스’라는 용어가 언제부턴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선 서울 권역별로 서부/중부/남부캠퍼스가 있다. 앞으로 북부/동부/동남캠퍼스도 설립될 예정이다. 또 각 구에도 속속 50플러스센터가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서울시 50+세대의 성공적 인생재설계 지원을 위해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이 바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다. 여기서 고선주 본부장은 서부/중부/남부캠퍼스 사업을 총괄하는 각 캠퍼스의 관장을 맡고 있다.

“3군데 캠퍼스 사업을 총괄하다 보니까 한군데 있는 게 아니라 수시로 돌아다녀요. 솔직히 힘들어요(웃음). 50플러스재단과 캠퍼스가 출범한지 몇 년 안 되다 보니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낯설어 하시는데요. 주요 서비스 대상 연령은 50세에서 64세예요. 65세 이상 어르신 분들은 별도 법령에 의해 복지나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럼 50~64세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그 전후 나이의 분들은 이용할 수 없냐고 많이들 문의하시는데, 아니에요. 얼마든지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하.”

50플러스캠퍼스 이용자 분포를 보면 주요 타깃이라 할 수 있는 50~64세가 80%, 나머지 20%는 그 전후의 나이인 40대 후반, 60대 중반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남성들의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것. 남녀 비중이 대략 45:55라고 하니 평생교육원, 종합복지관 등 다른 공공 복지시설에 비해 남성들의 참여가 꽤나 높은 편이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공공 복지시설처럼 압도적 비율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여성분들이 좀 더 많긴 해요. 물론 과정에 따라 다르긴 하죠. 특강은 여성이 많고 사회적 경제라든지 전문인력 결합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남성들의 참여가 훨씬 많아요. 네트워크를 만들 땐 역시 남녀가 함께 하는 게 훨씬 잘 되더라고요.”

“50세 이후 삶에 대한 모델 거의 없어” 앙코르커리어’ 위해 필요한 것은?

50플러스캠퍼스 주 타깃 연령이 50~64세인 건 시사하는 바가 꽤 크다. ‘100세 시대’에 노인이나 어르신으로 불리기 애매하고 어정쩡한 나이이기 때문.

“저희 윗세대는 60부터 세상 떠날 때까지 쭉 노인의 삶을 살았죠. 50 이후의 삶에 대한 모델이 없었어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져서 5,60대가 사회적으로 또 개인적으로도 이전과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됐죠. 50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건가에 대한 생각들이 일, 그리고 관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중요해졌어요. 과거세대보다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실제 능력도 있는 5,60대가 많아졌죠. 어쩌면 이분들은 부모세대는 물론, 자녀세대보다 더 교육-경제 수준이 높을 수도 있어요. 이런 분들의 능력이 사회에 환원되지 않는 건 사회적으로도 손실이죠.”

50플러스캠퍼스는 ‘일의 전환’ ‘앙코르 커리어’라는 면에서는 개인적 보람이 있고 사회적 의미가 있으면서 (은퇴 전 수준은 아니더라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 연계를 지원한다.

“이 경우도 청년층 일자리나 복지 차원 일자리와 충돌하면 안 되고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하는 식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늘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건 아니어서요. 센터를 찾으실 때 우선 자신에 대한 진단이이 먼저 돼야 합니다. 과연 고용하려는 쪽에서 볼 때도 내가 매력적 인력인지. 잠재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고 또 일정부분 눈높이를 낮추거나 비우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력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특히 요즘 관심이 높은 ‘사회적 경제’ 부문이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 확대 등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 많다. 물론, 극복하고 뛰어넘어야할 개인적-사회적 장애요인들은 여전하다.

“실제 은퇴 연령이 평균 52,53세쯤 되는데 이 분들은 대부분 관리직으로 은퇴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실무에서는 멀어지고 은퇴 직전엔 머리와 말로 일을 하신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세대와 수평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에 익숙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50+세대, ‘관계의 전환’은 어떻게 이룰까?
 

50 이후의 삶에서 ‘앙코르 커리어-일의 전환’과 함께 정말 중요한 것이 ‘관계의 전환’이다.

“여성들은 좀 다른데, 남성들은 오랜 기간 조직에서의 수직적 관계에 익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죠. 수평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져야 ‘관계의 전환’도 이룰 수 있는 것 같아요. 50플러스캠퍼스에서는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유도하면서 함께 하는 삶, 나누는 즐거움을 공감하게 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특히 남성들은 살아오면서 봉사라든지 커뮤니티 활동 등에 취약한 경우가 많아 과거 경력과 연관된 오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의 전환’ ‘관계의 전환’을 통해 50플러스캠퍼스가 지향하는 것은 ‘유쾌한 나이 듦’이라는 콘셉트다.

“50 이후의 삶이 왜 즐겁지 않을까요? 이건 50 이후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아서이기도 하고요. 이제까지의 모든 삶의 기준이 직업, 일에서의 성공이나 아이들 교육이고 결국 그 성취가 그 사람을 규정하게 되니까 직업, 일 즉 ‘명함’이 없는 삶을 못 견디게 되는 거죠. 명함이 없어지는 게 마치 자기 존재가 부정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심지어 은퇴해서 집에 들어갔는데 가족들도 반가워하지 않고요. 은퇴는 충격적 사건이 아닌 적응해가야 할 과정이고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온 가족이 모두 같이 변화해야 하는 과정이죠.”

이 ‘관계의 전환’에서 고선주 본부장이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나와의 관계’다. “지금 5,60대 분들도 자기 자신을 별로 케어 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요. 캠퍼스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쪽으로 서서히 생각의 변화를 하고 계시죠. 결국 일과 관계가 핵심이고, 가족도 ‘관계’거든요. 결혼-출산 등으로 연결된, 서로 애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간의 경제-돌봄 공동체요. 저도 마찬가지인데, 50 이후의 삶은, 일과 관계의 균형 찾아가는 것, 그 중에서도 우선 나와의 관계가 중요하죠. 그 다음 가족, 친구 등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 더 나아가 다음세대, 이웃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일과 관계의 전환이 잘 이뤄지면 성공적 삶인 것 같아요.”

함께 일하는 직원들 키우기-통제할 수 있는 자유가 중요한 사람

여성-가족분야 공공섹터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고선주 본부장, 이제 그 자신이 딱 50플러스캠퍼스의 주요 서비스 대상 연령대에 와 있다. 일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지금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다른 이들과 똑같이 깊이 생각하고 살펴봐야 할 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제가 갖고 있는 목표는 여러 가지예요. 아, 자리나 지위에 대한 목표는 아니고요. 우선 저랑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잘 키우는 게 그 중 하나고요. 제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자유도 제겐 중요해요. 정치를 안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죠. 내 삶이 남에게 통제받는 상황을 원치 않거든요. 내 삶, 내 시간은 온전히 내 통제에 두는 게 좋아요. 일이요? 정년퇴직할 때까지 해야죠.(웃음) 그 이후요? 능력이 된다면, 꼭 무슨 조직의 대표나 장이 아니라 강의를 할 수도 있는 거고,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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