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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유대-건강한 가정 통해 좋은 사회 만들기 기여”

한난영 서초구건강가정지원센터장

 

어릴 적부터 신앙심이 남다른 소녀는 심훈의 계몽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영신처럼 시골 교회 목사님과 결혼해 교육에 헌신하는 게 꿈이었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 중학생 때부터 교회 어린이부 보조교사를 했고 대학 유아교육학과로 진학해 유치원교사가 되는 진로를 마음에 품었다.

막 입시제도가 바뀌어 여러 장의 원서를 낼 수 있었던 그 시절, 당시 인기가 치솟던 유아교육학과는 전부 불합격, 유일하게 합격된 곳이 사회사업학과였다. 그렇게 진로가 정해졌다. 한난영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장 얘기다.

“고3 때 담임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사회사업학과에서 아동복지 공부하면 유아교육학과랑 진로가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유아교육학과 갔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제가 아이를 30분 이상 잘 못 보거든요. 하하.”

“청소까지 열심히 하는 사회복지사”...종합복지관서 여성-가족분야로

한난영 센터장을 표현하는 한마디를 찾자면 아마 ‘열정’이 되지 않을까. 대학 졸업 후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첫발을 내딛을 때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청소까지 열심히 하는 사회복지사’라고 지칭한 그다.

종합사회복지관은 말 그대로 전 세대를 대상으로 전천후 지원사업을 펼치는 곳이다. 한 센터장은 “아동, 청소년, 노인 등을 위한 사업을 다 하는데 특별한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가뜩이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도 안 좋은 시절이어서 성과나 보람을 느끼려면 ‘여성들을 성공시키고 여성을 통해 가족까지 변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종합복지관에서 관장까지 역임한 한난영 센터장은 기초-광역지자체 여성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갔다. 10년 이상 여성들을 위한 지원사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경력단절 여성들의 커리어개발 사업이나 부부-자녀상담 등을 통해 ‘가족상담’에도 눈을 떴다. 더 연륜이 쌓인 후엔 꼭 ‘부부상담’을 하며 남은 ‘인생 2막’을 채워나가야지 하는 목표와 함께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 대학원 박사과정에도 진학했다. 하지만 인생이 꼭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다. 그게 또 묘미일 수도 있겠지만.

커리어 3막은 ‘가족’ 지원기관에서...‘서초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새 틀 구축 2년

2년 전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새로운 수장이 됐다. 운영 위탁기관이 바뀌고 전임 센터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공모를 통해 새로 부임하게 된 것.

“이런 말 조심스러울 수도 있는데, 전 사회복지사고 또 종합복지관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건강한 가정 만들기, 가족지원사업에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사회복지사업은 주로 사회안전망 아래로 떨어진 사람들을 우선 대상으로 해서 지원하는 측면이 강한데,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예방 차원의 사업을 주로 하거든요. 가족 간 상담, 교육, 문화사업, 봉사활동 등을 통한 가정의 건강성과 유대 증진, 좋은 사회구성원을 만든다는 취지로 하는 사업이 많아요. 이런 면에서는 제 가치관과 더 맞는다고 할까요?”

서초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조직의 줄기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조직을 구심점으로 광역 센터가 있고 서초구와 같이 각 자치구-기초지자체별 지역센터가 운영 중이다. 가족상담-교육, 문화-봉사활동, 아이돌봄서비스, 1인가구-다문화가족 지원 등 주요사업들이 중앙과 광역-기초지자체-자치구에서 일관성 있게 진행된다.

광역-기초지자체 센터들은 공모에 의해 위탁 운영된다. 서초구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위탁 운영기관이 총신대학교로 바뀌고 한 센터장이 취임했다. 위탁 운영기관도 리더도 바뀐 서초구 센터, 한난영 센터장 모두에게 지난 2년간은 엄청난 변화의 시기였다.

“출근 첫날 바로 그만두려고 했어요. 센터장실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책상도 없더라고요(웃음). 처음 업무를 파악하는데 일선 직원들 복지도 형편없고 내부 결재-회계관리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아 그걸 시스템적으로 정비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올해 센터 예산이 75억 규모인데 전자결재나 디지털 회계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사업추진 자체가 힘들었을 거예요. 꼼꼼한 계획에 따른 사업 추진, 투명한 회계 처리 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요.”

난제 많지만 ‘그릇’ 만들었으니 잘 채울 일만...또 다른 ‘꿈’도 계속 키워

한난형 센터장은 실무형에 ‘추진력甲’ 스타일이다. 말도 돌려서 하는 법 없이 ‘직진’형이다. 여기에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 등을 확 다 뜯어고쳤으니 조직 내부의 반발이 심했을 건 자명한 일. 취임 하자마자부터 고참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고 같은 자리에 사람도 계속 바뀌었다. 뽑으면 그만 두고 또 그만 두고...

“1년 반 정도 되니까 겨우 조직의 틀을 갖출 수 있게 됐어요. 정말 힘들게 힘들게 달려오다 작년 말에 예산이나 회계, 사업, 직원들 처우까지 어느 정도 개선을 하고나니 그제서야 진짜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더라고요. 근데 막상 그만두려니까 팀장들에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제가 오고 다들 어린 나이에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겨우 저랑 호흡을 맞춰 뭔가 해보겠다고 팀장이 됐는데 다시 또 처음부터 하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미안해지더라고요.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들은 쌓였지만 힘들게 틀, 그릇을 만들어놨고 예산도 많이 늘렸으니 잘 해낼 일만 남았죠.”

공채를 통해 외부에서 팀장을 영입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기를 여러 번, 결국 젊은 직원들 중 내부승진으로 팀장을 발탁해 이들과 함께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반포1동 주민센터 한켠에 자리한 ‘1인가구지원센터’도 그 중 하나다. 자치구에서 따로 센터까지 만들어 큰 규모로 1인가구지원사업을 펼치는 곳은 서초구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3월에 출범했는데 팀장만 4번 째”라고 할 만큼 부침이 심했으나 이제 자리를 잡고 ‘열일’ 중이다.

“제 오랜 꿈은 계속 그대로예요. 막 박사 논문 프로포절 통과하고 센터로 와서 2년 간 손도 못 댔는데, 아, 박사 논문 주제를 바꿨어요. ‘스카이캐슬’로요(웃음). 예컨대 서울대를 보내려는 부모들의 욕구는 다 다른데 그 유형을 연구하고 있어요. 부모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의 진로를 생각하고, 또 아이들은 진로 고민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유형을 분석하는 것, 이게 제 논문 주제예요. 전에는 부부 상담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지금은 부모자녀 상담이 중심이 돼요. 이 일 하면서 제 60대를 살려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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