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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밥 짓는 여자’ 박소원 플레이타임그룹 전무

 

“아이들은 세 가지 밥을 먹어야 합니다. 음식밥, 지식밥, 그리고 놀이밥. 놀이도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밥이지요. 그 한 축을 담당하는 회사에서 오늘도 열심히 ‘놀이밥’을 짓고 있습니다. 요즘 놀이를 결식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오히려 부유한 집 아이들의 놀이결식이 심하지만, 한편으론, 집안사정이 어렵거나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놀이 공간이 제공될 수 있도록 사회공헌 차원의 고민도 깊게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실내놀이터 전문기업 플레이타임그룹의 박소원 전무. 지난 30년 간 아파트부터 과자, 영화, 대통령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의 마케터로 잔뼈가 굵은 그다. 현재 업무는 ‘챔피언1250’ ‘상상스케치’ 등 플레이타임그룹의 어린이 실내놀이터 공간 기획 등 콘텐츠 총괄 책임자다.

 

마케터서 어린이실내놀이터 콘텐츠 전문가로

이른바 ‘기업형’ 어린이 실내놀이터가 선보인지 어느새 4반세기가 넘었다. 그 사이 소위 ‘키즈카페’로 불리는 어린이 실내 놀이공간은 조금씩 형태를 달리하며 빠르게 확산되기도 하고 또 쉽게 사라지기도 했다.“지금 일이 무척 즐겁고 좋아요. 생각지 못한 재능을 발견했다고 할까요.(웃음) 마케터는 소비자를 아는 일을 하는 사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지, 이 물건들이 어떻게 쓰여질 지에 대한 개념을 아는 것, 오랜 기간 마케팅을 하면서 ‘내 안에 누적된 게 많구나’하는 걸 느낍니다.”

“그간 키즈카페가 엄마들이 쉬고 놀 수 있게 아이들을 맡겨놓는 ‘베이비시터’의 개념이었다면, ‘키즈카페’에서 ‘카페’를 없애려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고객이 부모에서 아이들로 변화되는 ‘키즈클럽’의 개념으로요. 이전엔 ‘엄마들이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까’를 고민했다면 이젠 ‘아이’ 중심으로 공간을 만든 것이죠. 그랬더니 엄마들이 더 좋아하고 더 많이 입장하더라고요.”

박소원 전무는 지금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공간 설계를 하거나 그 비슷한 일도 한 경험이 없다. 실제 박 전무의 전임자들은 거의 인테리어 전공자였다고 한다.

“고객을 생각하면 답이 나와요. 처음에 제가 입사했을 때 ‘공간 만드는 일을 어떻게 마케팅 하던 사람이 하냐’고 우려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근데 평생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온 훈련,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걸 좋아할까 고민하던 것이 다른 분야에도 다 적용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는 용산 아이파크몰 ‘챔피언1250’에 있던 아이스링크를 제주도 지점에 내려 보내고 직접 그림을 그려 플레이짐을 만들어 설치하는가 하면, 고객들이 더 편안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스케치를 뜯어고치기도 한다. 실제 여주 프리미엄아울렛 키즈클럽 ‘애플트리’에 늘 줄지어 서 있는 고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동시에 더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게 놀이기구와 시설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 결과 플레이짐 공중에 브리지를 만들어 더 많은 아이들이 더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

 

시간이 누적한 것 뛰어넘기 힘들어...세상 모든 시니어들에게 존경을

박소원 전무는 커리어의 반 이상을 광고대행사에서 일했다. 처음엔 카피라이터로 이어 A.E, 마케터로 활동했다. 광고대행사를 창업해 10년간 직접 운영하기도 했고 이후 대기업 기획 임원에 이어 지금은 어린이놀이 체험기업 마케팅-콘텐츠 본부장이다.

“기업이 판매하는 모든 상품의 중심은 마케팅 하는 사람 손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발명가가 발명 등록을 수십 개 해놓고도 상품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건 사용할 사람에 대한 고려 없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시장에서 살아남는 건, 그걸 쓸 사람이 고려된 제품들일 겁니다. 좋은 마케터는 소비자의 숨은 본능까지 먼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죠. 근데 그런 건 소비자 자신도 잘 모를 때가 있어요. 그걸 먼저 발견하는 사람들이 마케터죠.”

그런 면에서 인하우스, 대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회사에서 다채로운 상품을 다룬 경험이 풍부한 박 전무는 유능한 마케터이면서 ‘아이디어 뱅크’가 돼야하는 콘텐츠 총괄에 적임자인 셈이다.

“자칫 ‘꼰대’ 멘트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시니어는 시니어로서의 의미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돼요. 세상 모든 시니어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시니어 분들은 ‘은퇴해야할 노땅’이 아니라 누적 자산이 어마어마하신 분들이죠. 점점 시간이 누적한 것을 뛰어넘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소원 전무는 이제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하면 다른 갈래의 느낌이 교차한다. 몇 년 씩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도 있는 요즘 분위기와 달리, 박 전무가 출산할 당시는 직원 120명 중 45명만이 살아남은 무시무시한 IMF 시절이었다. 그 분위기에 출산을 하러 들어갔는데 육아휴직은 언감생심이고 출산 후 한 달도 안 된 28일 만에 복귀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다만, 친정어머님의 헌신적 도움으로 야근하느라 어린이집에 늦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 등 많은 워킹맘들이 겪는 육아의 고충 없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지금은 남자 소비자가 많아졌지만, 이전에는 어떤 제품이든 여성 소비자가 많았고 구매 결정을 대부분 여성들이 했어요. 그래서 소비자를 알아내고 상상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할지 예상하고 또 앞서가는 일에 여자이기 때문에 유리했던 점이 많았어요. ‘나라면 이런 제품을 살 거야, 혹은 이런 점에서 불편함을 느껴’라고 자꾸 생각하고 상상하기 좋으니까, 소비재 마케팅 업종 자체가 여성에게 더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돼요.”

 

은퇴 후 ‘소자본 창업자 컨설팅’ 무료로 해주고 싶어

박소원 전무가 창업해 10년간 운영한 회사 이름은 ‘더 브릿지’였다. 단어 뜻 그대로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제 삶을 돌이켜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브리지 역할을 참 많이 해왔어요. 예전에 함께 일하던 후배들이 지금도 복덕방처럼 찾는 사람이 저이기도 하고요. 그냥 제 인생의 콘셉트 자체가 ‘브리지’ 같아요. 회사명이 그렇게 지어진 게 우연은 아니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연결’ 사이에서 그 어떤 이익이나 이득을 취한 건 아니다. 물론, 그렇게 자연스럽게 쌓여진 네트워크가 생각지 못한 시너지를 내거나 뜻밖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지만, 그 또한 의도한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 인생의 감사한 ‘덤’인 셈이다.

“동네 식당을 보면 간판, 배너, 메뉴판 로고 다 다르고, 뭘 잘하는 집일까 전혀 눈에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가게를 보면 너무 답답해서 컨설팅을 해주고 싶어요. 퇴직한 분들이 정말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창업을 하시는데 많은 분들이 마케팅에 대한 개념 없이 시장 상황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이나 내가 뭘 잘하는지 생각도 안하시고 창업박람회에서 프랜차이즈 하나 골라 창업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구석에 박혀 있어도 맛있고 인상 깊은 곳은 어떻게든 고객들이 찾아가거든요. 은퇴하면, 소자본 창업자 분들을 무료로 컨설팅해주는 일을 너무 하고 싶습니다.”

 

고윤(라이프라이터)  koolyoo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