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창업 5년차, 좋은 제품 나누고픈 마음에 힘듦 견뎌요”

박음정 유엠뉴욕 대표

 

박음정 대표와의 인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이뤄졌다. 취재차 간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K패션오디션’ 현장에서 200여개 부스를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직접 구입하게 됐는데, 바로 박음정 대표의 브랜드 ‘유엠뉴욕’의 세컨드라인 깃털백이었다.

깃털백은 가죽 소재임에도 ‘깃털’처럼 가볍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기자가 이날 구매한 빅 숄더백은 많은 물건을 넣고 어깨에 메도 가방 자체의 가벼운 중량으로 어깨에 무리가 덜한, 데일리백으로 편하게 들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이었다.

‘K패션오디션’ 현장에서 부스를 지키랴 갈라 패션쇼 준비하고 무대에 오르랴 몸이 2개라도 모자랐을 박음정 대표는 편한 차림에도 불구하고 범상치 않은 미모로 시선을 끌었다. 뒤늦게 안 사실은 그가 ‘미스코리아 부산 진’ 출신으로 모델 활동 이력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도 유엠뉴욕 모델로 맹활약 중인 그다.

패션디자인 전공 후 신발·가방 배우러 미국으로...서른에 창업

대학에서 의상디자인을 공부한 박음정 대표는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어릴 때부터 예술적 재능이 많았다. 노래를 잘해 부산시립어린이합창단 활동과 각종 동요대회 입상 등 ‘성악꿈나무’였고, 여기에 미술까지 잘해 ‘음악과 미술 중 어떤 걸 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 결국 미술로 진로를 정했고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예쁜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옷보다 가죽제품이 좋더라고요. 졸업하고 신발, 가방 배우러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2년 과정 마치고 미국에서 일을 하다 한국에 돌아와 2015년 ‘유엠뉴욕’을 창업했어요.” 유엠(UM)은 박음정의 ‘음’에서 땄고 여기에 공부도 일도 하고 트렌드에 많은 영향을 받은 도시 ‘뉴욕’을 붙였다.

이때 나이 서른, 빠른 창업이었다. 실제 대학 동기 선후배 중 자신의 브랜드를 창업한 사람은 몇 명 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디자이너 보다 MD나 마케팅 쪽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리적 가격대 명품 만들어보자’는 목표로

“창업 초기 시행착오도 많았고, 여전히 지금도 혼자 기획, 디자인, 공장-생산관리, 마케팅, 유통, 관계사 미팅과 프로모션, 온라인페이지 구성까지 다 해내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 경영, 적극적 홍보마케팅으로 브랜드를 더 키우거나 확장하는 것이 솔직히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할 때 목표로 했던 합리적 가격으로 명품 가방을 만들어보자는 것, 멋스럽고 퀄리티 좋은 가방, 소재가 좋으면서도 들기 편한 가방을 만들자는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이 같은 꿈과 목표를 위해 이태리 명품 가죽을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등 다른 창업자들이 쉽게 하지 않는 여러 시도들도 해왔다.

“한국에 와서 창업을 해보니 가격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더라고요. 저가 제품들, 합성피혁도 많고 가죽가방도 많이 저렴해졌더라고요. 패스트패션 분위기라고 할까요. 제 목표와 방향이 맞나, 저가라인으로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은 처음 콘셉트로 가자 했어요. 대신 명품라인이라 할 수 있는 ‘U 시스니처 라인’과 함께 20만원 이하 합리적 가격대의 세컨드라인을 출범시켜서 일하는 여성들이 소재 좋은 가방을 가볍고 편하게 들 수 있게 만들었어요.”

‘일할 때 편하게 들 수 있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퀼리티 좋은 가방’. 세컨드라인의 대표제품 깃털백의 모토다.

포기하고픈 순간에 새 기회 찾아와...세계적 잡화브랜드 만들고파

현재 직원 1명과 함께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박음정 대표. 요즘은 작업실 겸 오프라인 숍 오픈을 위해 적당한 공간을 찾느라 분주하다. 브랜드의 쇼룸이자 스튜디오, 체험 공간도 될 수 있는 복합적인 장소가 발견되는 대로 제대로 보금자리를 꾸밀 예정이다. 직원도 충원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결코 자본이 많아서가 아니고 제 디자인력으로 좋은 제품을 나누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적은 자본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할 때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창업 초기 고비도 많고 정말 힘들었는데, 제품이 좋아서 그런지 정말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더라고요. 판로는 무한하고 고객은 어딘가에 많이 계실 거라 믿어요.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시야와 채널을 더 확장하면 길은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혼자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보니 요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 등에 집중하지 못한 점은 늘 아쉽다. “그 동안은 제품만 완벽히 만들면 된다 생각했어요. 그러다보니 재구매율은 높지만 폭발적 상승세에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브랜드를 더 알리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더 많이 알리고 보여주면 그 속에 고객들이 계시겠죠.(웃음)”

박음정 대표는 가방이 자리를 잡으면 내년 쯤 신발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다. 물론 그 전에 기존 가방 제품들을 더 많이 알려 브랜드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디자인 콘셉트는 다르지만 토리 버치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가격이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컬러나 소재,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브랜드요. 유엠뉴욕을 세계적인 잡화 전문 브랜드로 만드는 게 꿈입니다.”

 


헤드라인



배재형 발행인 칼럼

더보기